은빛드보라(Deborah) 2025. 3. 3. 19:05

3월 3일(월) 2025년
삼일절을 기념하는 사흘간의 연휴 마지막 날이다.  변덕스러운 이른 봄 날씨는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밤사이 눈도 내렸다.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고,  특별히 힘든 일을 하지 않는데도 고단하게 느껴지는 게 나이 듦의 현상이라 생각되지만 어떻든 별로 유쾌한 일은 아니다. 이런 약간은 지루한 일상에 뜻밖의 즐거움이 찾아왔다.

 필력이 없어 시를 쓸 수 없지만 다른 이가 쓴 시를 보고 공감하며 마음이 기쁘다면 이것도 작은 행복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보잘것 없는 작은 돌들에게도 존재로서의 빛남과 꿈이 있다는 시인의 마음이 와닿는 은빛드보라의 가슴도 따뜻해져 옴을 느낀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에 게재된 "봄날과 돌" 

 오규원(1941-2007) 시인은 "내 시는 두두시도(頭頭是道) 물물전진(物物全眞)의 세계라고 썼다. 모든 존재 하나가 도(道)이고 사물 하나하나가 모두 진리임을 밝히는 것이 자신의 시 세계라는 뜻이겠다. 그러면서 본인의 시는 존재를 통해서 말하고, 존재의 편에 서 있다고 했다. 물론 시에는 시인의 주관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지만, 개인의 주관도 "현상에 충실한 현상의 의식 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시는 이러한 시인의 시론을 엿볼 수 있다. 시인은 돌들을 본다. 돌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마치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것만 같다. 따스한 햇볕은 돌에게 더 나른함을 느끼게 할 테다. 무르지 않고 야무진 돌이라도 봄날의 환한 밝은 볕에는 그만 아지랑이처럼 맥이 풀리고 말 테니까.

 그런데 이 돌들에겐 밤새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어젯밤에는 돌이 밤하늘 상공에서 별이 되어 반짝였고 날이 새자 지금 이 자리로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고 시인은 노래한다. 돌이라고 해서 왜 존재로서의 빛남과 꿈이 없겠는가? 간명한 언어로 존재의 편에 선 이 시는 더할 나위 없이 투명하다.
                                        -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